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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여기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난 항상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란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편이었기에, 헤어짐을 그다지 많이 슬퍼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 때도 한번도 운 적이 없었고 처음 기숙사에 들어와 집을 떠났을 때에도 담담했으며 오히려 항상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잘 적응해 나가야지에 대한 준비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그냥 마음이 답답해지고 울적해지는 기분이 '이유없이' 생긴 적은 처음이다. 사실 어제까지는 내가 왜 자꾸 우울해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냥 스스로는 학교에서 정말로 나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 깊이 속으로는 그 날이 하루 하루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 어렴풋함마저도 애써 밀어내느라 좀 힘이 들었나보다. 

     방에서 영림이랑 예라랑 한나랑 (윤현이는 오늘 일찍 짐을 빼서 못했다.) 그냥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학 얘기, 송년회를 어떻게 할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냥 나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씩 고이고 코 끝이 싸해지는 것이 정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저 내 앞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을 하고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려오고 가슴이 미어진다. 뭔가 이렇게까지 아쉬워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서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휴. 지금도 너무 안절부절 못하고 왠지 모르게 자꾸 조급한 마음이 든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빨리 Peer Evaluation 쓰던 것도. 친구 에세이 봐준 것도 마무리지어야 하니깐 망정이지, 딱히 할 일이 없었으면 계속 머리 뒤통수로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한 불안함에 시달려 하염없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날 줄이야. 난 아직도 처음 702호 들어왔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 때 첫 룸메들과 좀 잘 지내보고자 일부러 과자도 사가서 바닥에서 같이 까먹고 그랬던 일이 생생이 생각나는데, 2학년 민족제 때 장미꽃 판다고 우리방에 모여서 분류하고 누구에게 몇 개를 보낼지 정리하는 것도 아직 기억나는데, 3학년 2학기 첫 날에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원서를 쓰겠구나 새삼 느끼면서 이번 학기는 정말 알차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냥 벌써 이렇게 모든 것이 지나버린 지금 나에게 항상 '생활'이었던 것이 이제는 '추억' 혹은 '기억'이란 것들로 변할 것이 두렵다. 더 이상 식사 시간에 식판을 붙잡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친구들과 눈인사를 나누게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이건 물론 이번 해부터 바뀌어서 안 해본지 꽤 되긴 했지만) 아침 운동을 갔다와서 다시 잤다가 8시 1분에 일어나서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언덕길을 미친 망아지마냥 뛰어 내려갈 일도 이젠 없을 것이다. 일요일 저녁마다 내일 예복 입기 싫다고 투덜댈 일도 더 이상 없다. 이렇게 3년 동안 불평불만거리였던 것들도 이제는 왠지 모르게 다 아쉬운 것을 보니 정말 떠날 때가 왔긴 왔나보다. 이젠 정말 강원도 소사리 민사 생활은 끝인가보다.

     아무리 밖에서 다시 여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해도, 여기 이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느꼈던 감정은 더 이상 다시 내게 오지 못할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좀먹는 내 기억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흐르면 여기에서 지금 내가 놓치기 안타까워 하는 일들조차도 결국은 어렴풋해지겠지. 이렇게 덧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시간과 기억들이 너무 슬프다... 그래도 항상 변치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바보같은 일은 아니겠지?? =) 다들 너무 그리울거야.. 정말로.

by 웅쌍 | 2007/12/22 00:23 | Journal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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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이구미 at 2007/12/22 00:33
정말 많이....
Commented by 손톱 at 2007/12/22 00:34
난 702호에서 막 너랑 서로 알아봤을 때 그 신기했던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ㅋㅋ
다들 너무 그리울거야.. 정말로. ㅜㅜ
Commented by Jiji at 2007/12/22 01:16
진짜 믿을 수가 없다
Commented by lemon at 2007/12/22 02:26
웅쌍 ㅠㅠ이제 우리가 룸메가 아니라는게 난 왜이렇게 실감이 안나지ㅠ
Commented by 짱유 at 2007/12/22 03:53
아 나 진짜 영원한 고딩이고 싶어요ㅜㅜㅜㅜㅜㅜ
Commented by 은하이 at 2007/12/23 13:59
밖이랑 안이랑 너무 다르잖아 ㅜㅜㅜ
밖에서 만나는게 학교에서 같이 살면서 지내는거랑 같을 수 없잖아.ㅜㅜ
아 슬포 ㅜㅜ
Commented by 웅쌍 at 2007/12/23 22:29
마이구미> 진짜ㅠㅠ
손톱> 맞아 그때 진짜 깜짝 놀랐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르다니...
지지> 벌써 이틀이나 되어버렸어!
레몬> 잉 나도ㅠ 아침에 내가 '유한나! 유한나!' 이러면서 널 깨워야 되는데, 이젠 엄마가 날 깨우셔
짱유> 나도나도 고딩 좋아~
은하이> 맞아ㅠ 달라도 너무 다르지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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