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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귀가

 

     흥흥! 나보고 하도 글에서 애교를 떤다느니 허구한 날 의인화만 주구장창 쓴다느니 해서 이젠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해 버렸다. 나보고 속 쫍고 소심하고 잘 삐진다고 해도 뭐라 할 말 없다. 난 원래 그러니깐 ! .... 사실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내가 쓰는 말투 쫌 맘에 안 들어서 바꾸고 싶은데 아직은 그럴 기량이 안 되서 못한다. 더 내공을 쌓아야 멋진 글을 쓸텐데. 휴~ 난 언제나 그 경지에 오르려나..?

     그건 그렇고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MIT 모임에 갔다왔었다. 그냥 빈둥빈둥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5시 반쯤에 길우 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7시에 한국에 나온 학교 사람들끼리 만나기로 했는데 나올 생각 있냐고 하신 것이다! 깜짝 놀라서 바로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압구정에 도착했다. 우와~ 역시 서울은 경기도랑 달랐다. 찌끄만 우리 동네는 가봤자 거기가 거긴데 압구정은 진짜 넓고 뭐가 많더라. 갤러리아 앞에서 다들 모이기로 해서 그냥 '역에서 쫌만 걸어가면 있겠지'란 생각으로 길우 언니께 '금방 도착해요~'라고 문자를 보내고 지하철에서 나왔는데, 나와서 보니 의외로 꽤 멀어서 뒤뚱뒤뚱 촌티 팍팍 내며 뛸 수 밖에 없었다. 맨날 운동화만 신고 구두 같은 건 거의 신어 본 적이 없어서, 갑자기 그런 요상하게 생긴 신발 신고 다니려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웃긴 걸음으로 서울을 활보하려니 어찌나 쪽이 팔리던지. 결국 어쨌거나 간신히 약속 장소에 도달해 고대하던 민사 MIT 선배들, 그러니깐 길우 언니, 주현 언니를 처음 뵜다. 형식 선배는 미국에 남아계시다고 했다. 

     이번에 나랑 같이 붙은 서울과학고 윤종수라는 애도 만났다. 사실 그 애네 아버지도 MIT에서 우리 아빠가 공부하실 때 같이 계셔서 부모님께서 서로 아시는 사이시고 보스톤에서 같은 아파트에서도 살았다고 한다. 종수는 별로 말이 많은 애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냥 좀 이쁘장(?)하게 생기고 차분하고 열심히 살 것 같은 이미지..? 아직 서로 서먹서먹해서 얘기는 몇 마디 못 나눠봤는데 어차피 같은 학교 가면 다 친해질 테니까 사실 별 걱정은 없다.

     나머지 다른 선배들도 다 진짜진짜 좋으신 분들이었다. 'MIT = nerd' 라는 공식이 진짜 정말로 아니었던 것이었다! 어제 모인 사람은 총 11명이었는데, 다들 재밌고 개성 강한 '언니, 오빠'들이었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서로 갈구기도 하고 Final 성적 잘 받았냐고 걱정도 해주며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사이들이었다. 다들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방방 뜨는 분위기~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난 쫄아서 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ㅋㅋ) 말을 할 때에는 서로 그냥 호칭만 존칭 쓰고 말은 반말로 많이 쓰는 분위기였다. 누가 보면 그냥 사촌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술 마시러 나온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하는 얘기 조금씩 들어보니까 선배라고 후배라고 어려워하거나 괜히 무게 잡지 않고 학교 내에서 있으면 서로 많이 가족처럼 챙겨주고 그런 것 같았다. 이사할 때 냉장고도 같이 옮겨주고, 어디갈 때 차도 태워주고, 숙제 어려운 거 있으면 좀 도와주기도 하고. 미국가면 낯설고 힘들어서 어떻게 잘 헤쳐나가려나 걱정이 약간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안심이 됐다. =) 

     선배들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만나서 이름은 잘 못 외웠는데, 가장 친해진 사람은 수정이다. 서울과고에서 작년에 조기졸업으로 간 수정이는 나랑 동갑인데 사실 그 전부터 완혁이하고 해인이한테 어떤 애인지 약간 들었어서 더 반가웠다. 나이가 같아서 편해서 좋기도 했고 말이다. 나랑 종수랑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완전 얼어있을 때 말도 일부러 더 걸어주고 어제는 처음에라 좀 뻘쭘했지만 학교가면 진짜 재미있을 거라면서 안심을 시켜줬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ㅠ 가면 물론 공부 때문에 힘들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항상 즐겁겠지?! 한국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거기 있는 외국 애들도 다 좋은 사람들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나저나 종수랑 나 말고 한국에서 뽑힌 한 명 더 어떤 애인지, 그 애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걔도 분명 착한 애일거야~

     가서 뭘 먹고, 뭘 하고 놀았는지 쓰고 싶지만 신비주의에 부칠 생각이다.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대학생이 되면 어떻게 무엇을 하고 노는지 난생 처음 배우고 약간의 쑈크를 먹었다는 정도?? ㅋㅋㅋ 결국 난 12시 5분쯤에 집에서 전화가 와서 먼저 들어가겠다고 선배들께 인사 드리고 나왔다. 그 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간다고 하니까 종수도 나오고 다른 선배들도 우루루 가겠다고 하셔서 다 그냥 해산하는 분위기가 되버렸다. 유흥을 이끄시던 선배께 참 죄송했다.ㅠㅠ 다들 나가려고 했을 때 선배의 그 당황한 표정이란..;; 어쨌든 밖으로 나와서 어떻게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4학년 언니께서 압구정역까지 차로 태워주셔서 편하게 지하철을 탔다. 나는 화정역까지 가야하는데 그냥 오고 있는 전철이 구파발역까지여서 '일단 타고보자'라는 생각으로 타버렸다. 종점에서 내렸다가 다시 화정 가는 거 오면 갈아타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화정까지 가는 건 이미 끊긴지 오래였다. -_-;; 결국은 난 내가 바보라는 것을 다시금 한번 깨닫고 아빠를 귀찮게 해드렸다. 착한 딸이군. 집에 도착하니 1시 반이었다. 거짓말 안 하고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by 웅쌍 | 2007/12/28 23:31 | Journal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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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_MONKEY at 2007/12/28 23:37
아 MIT\쩐다..ㅠㅠ
Commented by 디제이 at 2007/12/29 00:13
미래 과학계를 이끌어갈 남녀들의 모임 ㄷㄷㄷ
Commented by _MONKEY at 2007/12/29 00:20
아씨 웅쌍 그러기냐!ㅋㅋ
그래 니피부좋다 우씨 화나써!
Commented by _MONKEY at 2007/12/29 00:24
짜증나 짧은 내다리에 기럭지 운운하다니 너 즐
Commented by _MONKEY at 2007/12/29 00:30
내가 기럭지 길어보일라고-_- 딱맞는 바지입고 쌩쑈를 해봣는데 안되드라...

넌 비수를 꽂은거야 이자식아
Commented by 와녁 at 2007/12/29 00:43
난 윤종수도 안다.
걔도 참 너처럼 ㅎㄷㄷㄷ한애이지..
Commented by 마이구미 at 2007/12/29 00:54
으어 웅짱 간지나 +ㅁ+!!!!! 으어어으우오오오
Commented by Hailey at 2007/12/29 01:30
너 압구정에 왔는데 나한테 문자한통 안보냈단 말이지 나삐졌어 정수연 미워
Commented by ssol at 2007/12/29 03:31
뭔가 간지다 ㅎ
Commented by gogothing at 2007/12/29 10:27
압구정은 김영림 나와바리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은하이 at 2007/12/29 16:10
자 MIT남자 거느리기 시작이다 ㅎ
Commented by 웅쌍 at 2007/12/29 23:04
몽키> ㅋㅋㅋㅋㅋ 미안~~
디제이> 너도 마찬가지잖아 ^^ 미래 과학을 이끌어 나갈 흑인소년!
와녁> 맞다, 종수가 너 얘기도 물어봤어 그 날 !!!
마이구미> 국제학부도 간지야~ 문과 신기해 ㄲㄲ
헤일리> 안 그래도 너한테 문자할까말까 했었는데.. 그래도 우린 내일 볼거잖아 ^^*
쏠> 너도 곧 간지낼껴~ 골라먹는 재미 ㅋㅋ
고고씽> 맞아맞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두고보겠어
은하이> -_-;; 넌 에모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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