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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유치원에 입학한 순간부터 12월 22일에 기숙사 방에서 짐을 뺄 때까지는 항상 '학교'라는 기관 내지는 단체에 구속되고 속해져, 어디어디 학교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는 사실은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었다. 그래서 항상 난 하루 빨리 자유롭게 '나 자신'이라는 이름 아래 독립적으로 살 날만 기다려왔다. 소속된 학교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과제들이나 규칙들, 또 그 밖에 나를 구속한다고 생각되어졌던 공간적 혹은 시간적 제약들. 이런 것들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져 준다면 나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다 시험해보고 많은 것들에 도전해보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나에게 고등학교의 졸업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해방'으로 생각되었고, 그렇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난 학교에 입학한 다음다음날부터 학교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빨리 학교에서 나가고 싶다고, 졸업을 빨리 해서 반년동안 남는 시간에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하면 속이 다 시원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툭 까고 말해서 백수 상태로 며칠 지내다보니 뭔가 허전하다. 물론 아직 완전히 졸업식까지 땡!하고 한 것이 아니고 사실 몇 주 있다가 GLPS PA하러 다시 그 학교에 들어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벌써 '재학생'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정말 이제는 졸업식만 무사히 마치면 그냥 내가 가고 싶을 때나 한 번 가보는 그런 내가 3년동안 열심히, 즐겁게 생활'했던' 고등학교이지 다시 그 때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원한다해도 말이다. 한 미국에 들어가기 직전 2008년 여름 쯤에 은근슬쩍 한번 소사리에 다시 가면, 2년동안 항상 보아오던 11기 후배들이라도 학교에서 지내던 때와는 약간 다른 눈으로 10기 애들을 바라볼 것이고 선생님들도 약간은 다르게 대하실지도 모른다. 그러면 정말 그 때 진짜 내가 더 이상 재학생이 아니란 것이 확실히 느껴지겠지. 

     이렇게 정말 무소속으로 되어져버리니깐 갑자기 허탈감이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아무데도 나를 '너는 우리랑 같이 있어.'라고 해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 약간 슬프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처음엔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군.

     그러다보니 드는 생각이 정말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도 나오고 박사과정까지 다 마쳤는데 일할 곳이 없다면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무리 무소속감에 허둥대긴 해도 집에 붙어서 살 수 있고 또 곧 대학이란 곳에 합류를 하게 될 것이란 걸 아니까 약간의 아쉬운 마음만 드는 것 뿐이지, 정말 사회로 나가서 활동 개시를 할 시기에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사회적 상황 때문에 중간에 벙 떠서 학교도 직장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 불안정한 상태로 집에서는 눈칫밥이나 얻어먹고 구박이나 받으면서 지내면 얼마나 괴로울까? 그 전에는 경제시간에 백수오빠들 백조언니들 얘기 나와도 그냥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급습해버렸다... 아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될텐데. 경기가 빨리 좋아지면 좋겠다. 음.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능력으로 승부를 해서 좋은 직장을 빨리 얻어야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잘 풀려서 교수가 되어 착하고 성실한 학생들도 열심히 잘 가르치고 그러면 정말정말 좋겠지만, 만약에 교수를 받아주는 학교가 거의 없고 지원을 했는데 계속 낙방만 죽죽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임시 방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면서 계속 직업을 구하려고 하기는 하겠지만 마음이 꽤나 무거울 것 같다. 그렇게 계속 하루 하루가 지나고 달력이 휙휙 몇 장씩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몇 년이 훌쩍 지날지도 모른다. 그럼 그 때까지 잘해야 대학에서 시간 강사나 하고 더 나쁘면 계속 과외만 주구장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과외를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나한테 뭐 배우겠다고 하는 학생들마저 없으면 그 땐 진짜 큰일이겠다. 

     도대체 내가 무슨 소리를 계속 하고 있는거지? -_-;; 사실 어제 좀 늦게 자서 지금 제정신이 아니고 졸려서 눈이 막 스멀스멀 감긴다. 졸려... 조금있다가 다시 밖에 나가야되는데 잠깐 자고 가야되나;;;  ......

     그나저나 어제 애들 만나서 반가웠다. 꽤나 큰 변화가 있어서 재미있었던 사람도 있었고, 완전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대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어제 못 온 사람들은 얼굴 못 봐서 아쉬웠지만 뭐 어차피 곧 또 볼테니깐!

by 웅쌍 | 2007/12/31 14:33 | Journal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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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iley at 2007/12/31 14:37
재밌게 놀았어요 ? 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은하이 at 2007/12/31 16:25
ㅋㅋ 재밌게 노셨쎄여
나 사실 무소속이라는 제목보고 순간 허경영이 떠올랐어-_-
대선기간 내내 즐거움을 주었던 허경영후보 -_- ㅋㅋㅋㅋ
Commented by ssol at 2007/12/31 17:48
ㅋ웅쌍은 MIT대학생이 곧되잖아, 정말 무소속인건 대학도 정해지지않은 레귤러군단이아닐까 ㅠㅠ
Commented by 웅쌍 at 2007/12/31 21:51
헤일리> 난 일찍 나와서 별로 못 놀았어ㅜㅠㅜ
은하이> 끝나고도 계속 줄 듯 ㅋㅋㅋㅋㅋ
쏠> 너네도 곧 소속될거잖아~
Commented by _MONKEY at 2008/01/01 01:19
역시 대학생
Commented by 디제이 at 2008/01/01 02:06
역시 대학생
Commented by _MONKEY at 2008/01/01 02:20
님더열~~
Commented by 영락 at 2008/01/01 02:24
웅쌍이랑 끝을 봤어야하는데
Commented by diana at 2008/01/01 10:26
새해 복 많이 받어 ^^
Commented by lemon at 2008/01/01 11:28
웅쌍이랑 끝을 봤어야하는데 2222222 ㅋㅋㅋ새벽에재밌었는데~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1/01 12:12
몽키&디제이> 너네 뭐야 -_-;
영락> 그러게 ㅎㅎ 아쉬워서 어째ㅠ 담에 한번 더 만나자!
diana쌤> 쌤도 많이 받으세요 ㅋㅋㅋ
레몬> 너네 나 없을 때 뭐했어?? 알려죠알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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