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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오빠들 [1]

 

     2006년 6월말 혹은 7월초 쯤에 홍대 전자전기공학과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MEMS 실험실에서 지냈었는데 거기 대학원생 오빠들 4명 정도랑 같이 다녔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잘 알아들어먹지도 못하는 나한테 친절하게 실험 설명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진짜진짜 많이 사준 오빠들은 인턴을 마치고 헤어지는 날 나한테 꼭 다시 놀라오라고 하셨었다. 하지만 여차저차해서 매 방학마다 정신이 없다보니 매번 꼭 놀러간다는 말만 하고 제대로 얼굴도 못 뵈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나름 시간도 널럴해진 관계로 어제 과외가 4시에 끝난 직후 오빠들 실험실에 놀러갔다.

     사실은 저번주 목요일쯤에 가려고 대빵 토우오빠한테 '목요일에 놀러가도 돼요?' 이렇게 문자를 보냈었다. 근데 그 날에는 토우오빠가 시골집에 가계셔서 안되고 토요일에도 딴 스케쥴이 있으시다 해서, 그럼 이번주 월요일에 가겠다고 난 분명히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어제 정신없이 건물들이 뒤엉켜 복잡한 홍대에 거의 다 도착해서 두번째 대빵 재혁오빠한테 '실험실 몇동 몇호에요?'라고 여쭤봤더니, 어딘지 가르쳐 주시고는 '오늘 오는겨?'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니, 이건 웬 깜짝 놀랐다는 반응?? 뭐 어쨌든 일단 거의 다 도착했다고 답장을 하고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들 케익을 먹고 있었다!!! 엥?? 웬 케익? 알고보니 성훈오빠 생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실험실 사람들 다 모여서 케익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재혁오빠가 그렇게 깜짝 놀란 이유는 저번에 내가 토우오빠랑 연락을 했을 때 뭔가 핸드폰이 맛이 갔었는지 내가 '그럼 다음주 월요일 5시쯤에 갈게요~'라고 보낸 문자가 토우오빠에게 도착을 하지 않아서 다들 내가 이번주 언제에 올 줄은 알고 있었는데 어제 갈 줄은 몰라서 그랬다고 그랬다. 이런;;; 근데 그것도 모르고 난 그냥 쫄래쫄래 신난다~하면서 홍대에 놀러왔는데 하필 그 날이 성훈오빠 생일이어서 케익을 먹는 딱 고 시점이었으니 다들 나보고 먹을 복이 많다고 했다. ㅋㅋㅋㅋ 

     그 방에는 인턴할 때 봤던 토우오빠, 재혁오빠, 성훈오빠, 상일오빠 다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오빠들 말고도 그 방에서 같이 지내시는 다른 분들도 많이 계셨다. 오빠들이 나 딴 분들께 소개시켜주시고 한참 먹을 것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 근데 한 1년 반만에 얼굴을 보니 다들 쪼끔씩은 변해있었다. 김명순 선생님 닮아서 날 가끔씩 뜨끔뜨끔 놀라게 하는 재혁오빠는 분명히 재작년에는 나랑 이름이 비슷한 수현이라는 여자친구랑 알콩달콩 잘 사귀고만 계시더니 어느새 4월 말로 결혼 날짜가 잡혔다고 하셨다. 처음엔 장난치는건 줄 알아서 그냥 웃고 넘겼는데 자꾸 얘기해서 '오빠 진짜 결혼해요?' 이랬다가 다들 막 껄껄껄 웃었다. ^^;; 놀래서 어떻게 되가고 있냐고 물어보니깐 오빤 결혼 준비하는거 정신없고 어렵다고 막 투덜댔다. 날짜는 잡았는데 뭐 집 장만이나 혼수나 신혼여행지 예약이나 그런거는 하나도 안했댄다. 얼마 안 남았는데 어쩌시려고요~~ㅋㅋㅋ 오빠 결혼식 가도 되냐고 그러니까 와서 밥 먹고 가랬다. '갈비탕이에요, 부페에요?' '아는 맛있는 갈비탕 집이 없어서 부페로 할거야.' 난 또 신이 났다!!! 부페가 더 좋아~

     토우오빠는 검도를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살이 많이 빠지셨다. 김명순 선생님은 안 닮았지만 홍대 검도부 주장이었고 지금은 성인부 막내가 되어버린 토우오빠는 맨날 나보고 검도 계속 하라고 강요한다. -_- 맨날 검도검도거리면서 검도는 스포츠가 아니라 무도라고 하면서 찬양하시고 하도 내가 검도를 잘할거라고 굳게 믿으셔서 난 차마 오빠께 이미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호구고 뭐고 다 버려버렸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ㅠ 오빠 죄송해요ㅠㅠㅠ 하지만 검도는 너무 짜증나요.. 어쨌든 내가 오빠 살 많이 빠지신 것 같다고 하니깐 딴 오빠들이 '너 벌써 이렇게 사람들 듣기 좋아하는 소리만 하는 거 배우면 안되~~' 막 이랬다. ㅎㅎ 그런거 아니라 진짠데~~ 전에는 약간 푸근한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뭔가 딴딴해 보이는 다정하고 항상 잘 챙겨주는 실험실 대빵 토우오빠. 진짜 반가웠다!

     그리고 우리의 생일 주인공 성훈오빠!! 생일인 줄 알았으면 선물도 사오는건데 몰라서 그냥 말로만 '오빠 생일 축하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말로만이야? 뽀뽀라도 해줘야 되는거 아니야?' 이랬다. ;;;; 아 나참..ㅋㅋ 역시 성훈오빠는 장난기가 많아서 재밌다. 재작년에 인턴할 때도 여기저기 실험 장비 쓰는 것 때문에 좀 먼 딴 실험실 갔었는데 그 때 어떤 딴 분이 내가 고등학생이란 말을 들으니까 '진짜요? 늙어보이는데'라고 진짜 진지하고 까칠하게 얘기해서 내가 그 앞에서는 그냥 암말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나와서 오빠한테 씩씩거리면서 '저 그렇게 늙어보여요?' 이랬더니, 그 때 성훈오빤 장난기어린 능구렁이같은 표정으로 '왜~~ 나이들어보이는게 어때서~'라고 말해서 내 속을 뒤집어놨다. 그런데 어제는 갔더니 재혁오빠하고 다들 '예전에는 애기같앴는데 이제는 좀 숙녀티가 나네'라고 해서 '그 때 왔을 때는 저보고 늙어보인다고 그랬잖아요.'라고 하면서 그냥 재혁오빠랑 나랑 짜고 성훈오빠를 매도해버렸다. 키키키 수습 안되는 성훈 오빠~ 나보다 거의 10살 많은 사람 놀려먹으니까 재밌었다.

     상일오빠는 거기서 막내인데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구수한 사투리를 쓰고 약간 어리버리하고 착한 이미지여서 말을 많이 못해봤다. 더구나 그 오빤 수시로 여자친구가 호출을 해서 그 때 우리랑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ㅠ 어쨌든 오빠도 만나서 반가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오빠들이 '수연이 이제 뭐해? 여행도 다니고 미팅도 하고 그래야지 ㅎㅎ' 이래서 '미팅은 뭐 연줄이 있어야 하죠~'이러면서 투덜댔다. 그랬더니 오빠들이 '음. 연줄...? 오빠들이 아는 사람들은 다 삼촌뻘인데 괜찮니?'이랬다. -_-;; 뭐 또 이런 저런 미국가면 뭘 조심하고 어떻게 지내고 그런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랬다. 아, 그리고 그 때 나한테 오빠들 소개해주신 교수님도 찾아뵜다. 교수님도 오랜만에 뵈서 좋았다. 흠. 인턴 기간동안은 오빠들이랑 계속 지냈지만 그래도 마지막 즈음에 뭘 배웠는지 쭉 정리도 해주시고 그러셨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잠깐동안 막 떠들면서 얘기도 하고 반가운 얼굴들도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내가 올 줄 몰라서 오늘 오빠들이 각각 다 저녁에 약속이 있어 오랫동안 같이 놀지 못했다는 것이다.ㅠ 재혁오빠는 결혼 준비 때문에 여자친구 부모님댁에 가야된댔고, 성훈오빠는 생일 주인공이신만큼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고 그랬고, 토우오빠도 딴데 어디 갈데가 있다고 그랬고.. 너무 슬펐다.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 잠깐 얼굴 보고 땡이라니!! 그래서 다음에 제대로 연락해서 시간 다 맞춰서 같이 점심이나 저녁 먹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냥 이렇게 헤어져야 되나 싶었는데, 성훈오빠가 '수연아 오늘 시간 많니? 오빠 신사동에서 친구들 만나는데 같이 따라올래?'이랬다. 음.... 난 시간이 많았다. ㅋㅋㅋㅋ

     To Be Continued..... :)

by 웅쌍 | 2008/01/08 13:30 | Journal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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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iji at 2008/01/08 15:22
와우 지금 오빠들 많다고 자랑하는거야?
Commented by 은하이 at 2008/01/08 19:17
ㅎㅎ 남자얘기하시는군 웅쌍.
연상남들까지 거느리는건가 ;; ㅎㄷㄷ
'김명순 선생님은 안 닮았지만 ' 인상적이야 ㄲㄲㄲㄲㄲ
Commented by 웅쌍 at 2008/01/09 00:56
지지> 그런거 아닌거 알잖아ㅠ 내가 공대생인걸 어쩌니 ^^;;
은하이> ㅋㅋㅋㅋ 김명순쌤.....
Commented by 손톱 at 2008/01/09 23:20
아놔 이거 1, 2로 나뉘어져 있는 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1/10 00:08
손톱> 히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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