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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여림

 
     집에서 지내면서 피아노와 노래를 동시에 같이 배우니 좋은점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음악 분야이고 피아노를 잘 치면 노래 배울 때 음정 잡기나 악보를 볼 때 편한 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표현을 하는데 양쪽으로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6살 때부터 집에서 엄마께 피아노를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악보는 정말정말 잘 봐서 꽤 어려운 곡도 골치를 썩히지 않고 금방금방 띵땅거리며 치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악보는 잘 봐서 쉽게 배울 수는 있었지만, 막상 감정을 넣어서 정말 '음악답게' 피아노를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었다. 셈여림을 지키고 악보에 포르테, 피아노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도 멜로디에 따라 자연스럽게 강약을 넣으려면 몸을 흔들흔들 움직이고 팔로 웨이브 댄스를 계속 춰야됐었는데, 어렸을 때는 엄마 앞에서 그렇게 막 감정을 잡는 것이 어색하고 싫었던 것 같다. 더구나 학원 선생님도 아니어서 무서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셈여림을 지키라고 닥달을 당해도 그냥 뻗댕기고 목석같이 띵땡띵땡 치면 그만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음악을 음악답게 만들 동기는 더욱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1년, 2년, 3년... 아마 제대로 열심히 피아노를 쭉 배우고 연습을 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일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는 더 이상 엄마께 배우지 않고 작곡과에 다니는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지만, 6살 때부터 12살 때까지 7년 동안 숯덩이처럼 굳어져버린 나의 몸과 마음이 그 때가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다고 말랑말랑 찰떡처럼 부드러워질리 없었다. 그나마 그 때가 되어서는 약간 감정을 살려서 피아노를 치려고 노력은 좀 해서 아주 옛날보다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 그렇게 계속 조금씩이나마 피아노를 배우던 것도 정말 딱 중 1때까지였다. 그 다음에는 뭐가 그리 바쁘고 정신없었는지는 잘 생각이 안나지만 레슨조차 그만두게 되었다.

     그 이후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그 하얗고 까만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적이 별로 없다. 중학교 때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가끔씩 너무 짜증이 치밀어 올라버리면 건반을 쾅쾅쾅 때리면서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가족과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곤 했고 민사고에 입학한 후로는 방학 때 가끔 생각이 나면 옛날에 쳤던 악보를 펴서 '자, 어디 한번 얼마나 까먹었나 볼까?'하면서 이따금 쳐보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손가락에 꼽는다. 피아노가 그나마 내가 꾸준하게 오랫동안 나름 열심히 배웠던 것인데 이렇게 추락을 하는 것이 아쉬워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일요일 아침에 다들 잘 때 몰래 혼정실에서 연습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 왜냐면 눈을 뜨면 이미 해는 중천이오, 시계바늘은 1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거의 5년동안 제대로 피아노를 연습하고 쳐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나름 널럴해져 다시 배울 수 있어서 기쁘다. 미국에 가면 또다시 연습을 못해 하락이겠지만 그래도 있는 동안만이라도 열심히 배워볼 생각이다. 이제는 제대로 셈여림도 좀 지켜보고.

     아, 원래는 음악에 감정을 싣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그나마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라는 악기를 오랫동안 접해온 결과 나는 음악을 들으면 그 연주자 혹은 가수가 어느 음에 어떤 리듬으로 강조를 하고 숨을 죽이는지, 또 곡의 전체적인 흐름이 대충 어떠한지는 금방 안다. 물론 그래봤자 허접이라서 별로 아는 것이라고 하기도 창피하지만 그래도 음치나 박치는 아니고 음악에 대해 완전 무지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머리 속에서만 알고 밖으로 내가 표현을 하려면 완전 초보자와 별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앞에 있거나 하면 무슨 내 비밀을 말하거나 사사로운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그러라고 하는 요구를 받은 것처럼 거부를 해버린다... 그런데 이젠 그게 해버'렸'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아노와 노래를 동시에 배우면 난 양쪽 선생님께 거의 똑같은 얘기를 듣는다. 오늘 오후에 둘 다 레슨이 있었는데 어쩜 그리 같은 말을 하시는지 참. "(노래가, 피아노 연주가) 너무 성의가 없이 툭툭하잖아." 노래는 오늘 녹음까지 해서 들려주셨는데, ㅎㄷㄷ. 내가 들어도 진짜진짜 엄청엄청 재미없게 부르더라. 헐.... -_-;; 쌤께선 가사를 보고 그 노래의 주인공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면서 부르라고 하셨는데 한번도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는걸 어째. 이젠 노래 잘 부르려면 연애도 해봐야 되는 건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인 이젠 스스로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노력을 해야지 하고 생각을 하기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슨 끝나갈 즈음에는 역시 두 선생님 모두 '말해주는거 금방금방 따라하고 배우니까 좋네'라고 하셨다. 두 분 도대체 뭐지??? 무슨 텔레파시도 아니고. ㅋㅋ 그만큼 피아노와 노래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일맥상통하다는 뜻인 것 같다.

     스포츠에서 이매진 트레이닝인가 그 뭐시기 머리 속에서 훈련받는 상상을 하면 실제로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처럼, 음악도 자주 접할수록 많이 들을수록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맨날 '더 잘해야', '발전', 'better', '향상', '개선' 이런 단어들로 나 자신을 압박을 하는 내 괴상한 성격도 좀 relax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고. 어차피 미국에 가면 또 빡시게 공부를 할테니 좀 마음 편하게 쉬면서 살고싶어졌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워서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을 이완시켜 땅바닥에 스며드는 느낌이 나는 그 기분으로... 노래를 듣고 부르고 피아노곡을 듣고 직접 치고 그러는 것이 이 모든 것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근데 대학가서 수학 Fail 안나오려면 학교에서 뛰어 넘어버린 고등학교 수학 공부는 진짜 하긴 해야되는데. 도대체 언제 하지?? 너무 하기 싫어 미칠 지경이야~~~~~ㅠㅠㅠㅠㅠ

by 웅쌍 | 2008/01/17 20:24 | Journal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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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iji at 2008/01/17 20:32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워서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을 이완시켜 땅바닥에 스며드는 느낌이 나는 그 기분"
이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온도 40도로 맞춰놓고 +_+
Commented by 백곰 at 2008/01/17 22:02
요새 혼자 아주 바쁘구만ㅋㅋ
진짜 학교 나가고 나니까 친구고 모고 없구나ㅋ
Commented by 디제이 at 2008/01/17 23:05
수학 공부 하고싶다고 할때는 언제고 ㅋㅋㅋㅋ
노래 녹음한거 여기 올려줘 걸음이 느린 웅쌍
Commented by _MONKEY at 2008/01/17 23:38
배우는과정이잘못된듯.
웨이브부터배워ㄲㄲ
Commented by 은하이 at 2008/01/18 00:42
나도 피아노 배우고 싶어 ㅠㅠ ㅋㅋㅋㅋ
Commented by 짱유 at 2008/01/18 15:43
웅쌍 너무길어.... 존경스러움 ㅎㅎㅎ
Commented by Hailey at 2008/01/19 01:14
백곰말 공감....
그래도 오늘 만나서 좋았음 +_+
Commented by 박성민 at 2008/01/19 23:16
너가 좋아하는 곡부터 해봐 뉴에이지 같은 것도 괜찮으니깐 피아노를 "치"지 말고 살살 그러나 꾹꾹 caress 하듯이 해봐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해도 소리가 달라진걸 느낄걸
Commented by 박성민 at 2008/01/19 23:22
그러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tension을, 어디서 release 가 되어야 하는지 감이 올거야 ... 음악도 인생도 그렇잖아 갈등과 해소의 연속 .... 내가 인생 논하는게 웃기지만 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1/21 16:54
지지> 아 방 40도 짱 좋아 ㅋㅋㅋㅋ
백곰> 그건 너잖아 이 백곰아 -_- 아이스링크에서 완전 닭살행각에 옆에 있는 친구들까지 괴롭혔다면서
디제이> 막상 책을 펴니깐 손가락을 움직이기 싫다는ㅠ
몽키> 웨에이브으~ 할 수 있으려나? ㅎㅎ
은하이> 은하이도 배워배워!! ^^
헤일리> 나도 좋았어 ㅋㅋㅋㅋ 그나저나 싸인이라도 받지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와버리다니ㅠ
박성민> 흐음~ 너말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
Commented by _MONKEY at 2008/01/21 19:59
아냐 성민이가 인생논하면 왠지 끄덕이게되
Commented by 디제이 at 2008/01/21 21:50
와 성민이 포스 있어.. -_-;; 역시 우리학교에서 제일 어른스러운 ㅋㅋ 같은 88년 오와랑 Rhox는 비교도 안돼 ㅋㅋ
Commented by 아이오와 at 2008/01/24 11:56
디제이 꺼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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