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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 첫째날

 

     작년에 어찌어찌하여 운 좋게 발명 대회에서 상을 탔는데 덕분에 대회측에서 상위 수상자들을 중국으로 4박 5일 동안 연수를 보내준다고 하여 나도 신청을 했다. 덕분에 이번에 한국 여권도 처음으로 만들고 중국 비자도 받아서 모든 준비를 다 마쳤는데... 명단을 보니 대충 21명 정도가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을 되어 있었는데 고등학생도 거의 없고 다들 대학생인데다가 여자도 거의 없고. 가서 어떻게 5일을 보낼지 기대 반 걱정 반을 하면서 21일 아침만을 기다렸다.

첫째 날 (2월 21일)
     오전 7시 반까지 인천항공 앞에서 소집을 하라고 했지만 난 거의 8시가 되어서나 도착을 했다. 하지만 다행이 내가 꼴찌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팀 전체 인솔을 맡은 교수님께서도 아직 오시지 않았고 다른 학생들도 몇 명 도착하지 않았기에 난 그냥 졸린 눈으로 배시시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모인 장소에 가서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수미 조교언니가 준 명찰을 목에 걸고 아침에 공항까지 데려다 주신 엄마 아빠께 인사를 하고 어색한 분위기에 어떻게 말을 걸 사람이 없나 두리번두리번 눈알을 굴렸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라 피곤해서 그런지 다들 아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없었다. '에효,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분위기려나.' 시무룩해져서 뚱한 얼굴로 팔짱을 삐딱한 자세로 끼고 있던 찰나 교수님께서 다가오셨다. "어어~ 너 민사고 맞지? 동생은 같이 안 왔어?" 대회 당시에 심사 직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교수님과 몇 마디를 하다가 대학이 어떻게 됐냐고 여쭤보시길래 내년에 MIT로 간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키가 훤칠하고 머리를 염색+파마한 남학생이 "우와~ MIT 완전 후덜덜이네요." 이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생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나랑 동갑이고 성격도 완전 유쾌발랄+귀여운 재찬이었다. 원래 말이 워낙 많고 사교성이 짱인 재찬이는 마침 그 때 너무 아무도 말을 안해서 심심하던 차에 말을 걸 꺼리가 생겨서 당장에 입을 열었다고 그랬다. 재찬이 덕분이 말도 좀 하고 미리 재찬이랑 안면이 있었던 은미 언니까지 친해져서 셋이 인천 공항에서 같이 구경도 하고 첫날부터 재밌게 지낼 수 있었다.
     비행기 좌석표가 나왔는데 난 앞으로 5일동안 룸메이트를 하고 유일하게 여학생인 은미 언니와 옆자리였다. 덕분에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쉴새없이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 중국 연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며칠 같이 지낸 사람처럼 친해져 있었다. 은미 언니는 22살인데 얼굴도 완전 동안이고 애교도 완전 많고 남의 말도 잘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도 잘 해주는 진짜 좋은 사람이어서 앞으로의 여행이 정말 재미있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태 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니 정말 '중국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정말 묘하게 모든 간판이나 건물이나 자동차에서 '중국삘'이 났다. 색감이 왠지 달랐다고나 할까? 유난히 모든 것에 있어서 빨간색을 많이 쓴 것도 한 요소인 것 같다. 지나가는 택시 내부에 택시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창살이 달려있어서 깜짝 놀랐다. 여기에서는 택시 타는 사람도 꽤 무섭나 보구나... 
     버스에 탔더니 교수님께서 중국인 가이드를 소개해 주셨다. 그냥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졌을 것처럼 보이는 여자분께서 올라타 마이크를 들었는데 한 5분동안 끊임없이 쑐라쑐라하셨다. 뭐 이건 중국말을 쪼끔이라도 아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입만 떡 벌리고 가끔 경상도에서 온 오빠들이 '아 쟈가 뭐라카나?'이런 소리만 가끔 들렸다. ㅎㅎ 드디어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넓은 8차선 도로에 차는 거의 우리 버스밖에 없었다. 가로수도 없고 완전 말 그대로 허허벌판만 펼쳐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뿌연 하늘과 뿌연 먼지와 뿌연 흙색 들판, 그리고 뿌연 아스팔트 도로. 끝도 보이지 않는 땅이 넓게 퍼져있어 중국이 정말 스케일이 엄청나게 크긴 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나라가 훨씬 뭐든 다 중국보다는 예쁘긴 했다. 흙색 벌판 중간에 커다란 직선 도로만 덩그러니 하나 있고 그 바로 옆는 일부러 재배하는 듯한 짱뚱짱뚱 줄기부분이 없고 바닥에 붙은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것들만 가끔 일렬로 주욱 늘어서 있었다. 아~주 가끔 직선법칙을 위배하고 곡선을 이루는 산들도 보이긴 했지만 모조리 다 대머리 민둥이들이었다. 정말 무서운 나라구나, 이렇게 다 베어버리다니. 그리고 또 멀리 대충 마을 비스무리처럼 보이는 건물들의 집합체들도 때때로 보였는데 모든 집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다 똑같이 생겼다. 1학년 때 금강산 여행을 갔을 때 모든 집이 다 똑같았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첫 일정은 대우 조선소 견학이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배를 만들기 위해 자른 왕창 큰 철판들을 일정한 모양으로 잘라 쌓아 종이같이 한 곳에 모아 둔 풍경이 인상깊었다. 정말 저 무겁고 다루기 힘든 작업을 매일매일 하다니. 첫 중국에서의 점심식사를 그 공장에서 일꾼들과 같이 했는데, 맛은 정말로.... 끔찍했다. 분홍색 햄같이 생긴 것은 도대체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었고 마침 그 날이 바로 중국에서 꽤 큰 명절인 정월대보름이라 명절 음식로 나온 송편국은 완전 맹맹한 밀가루 물 맛이었다. 그래도 야채 볶음과 생선 조림은 먹을 만해서 거의 다 먹었는데 그 모습에 은미언니랑 재찬이가 "못 먹겠다고 하면서 다 먹네~" 이러면서 놀려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면 오늘의 일정은 끝이었다. 다만 그 호텔까지 가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좀 그랬지만.;; 아무 것도 없는 벌판을 보고 있자니 미국 수학여행 때 Grand Canyon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 생각이 났다. 그 때도 끝도 없이 넓은 황야에 해는 조금씩 져가고 있었는데. 다만 미국에서 봤던 그 그림은 중국의 것보다는 좀더 자연스럽고 노을이 멋져서 기분이 좋았지만, 여기에서는 항상 공기가 안 좋아 시야기 뿌옇고 코도 매캐해 가슴이 답답했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 때 겪은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줄줄이 나와 우릴 즐겁게 했으니!! 여러 다양한 요리가 나왔는데 몇 개는 입에 잘 맛아서 다들 잘 먹고 또 어떤 것들은 모두 다 거의 손도 안 대고 남기기도 했다. 역시나 한국에서 많이 먹는 탕수육 비스무리한 음식이 제일 인기가 많아 한 그릇 더 시켰다. 그리고 교수님이 시켜주셔서 중국 맥주도 몇 잔 마셨는데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약해서 그냥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이제 첫 날이니 다들 모여서 재미있게 놀면서 친해지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너만은...' 이라고 생각했던 재찬이 마저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그냥 은미언니랑 나랑은 투덜대며 계속 수다를 떨다가 잠에 들었다.

by 웅쌍 | 2008/02/27 00:28 | Journal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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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iji at 2008/02/27 10:29
중국음식 킹왕짱 부럽다 ㅠㅠㅠ
난 요즘 요리 연습중이다 켁;;
자취 준비중?ㅋ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2/27 22:59
우와~~ 그럼 나중에 지지네 집에서 요리 얻어먹는거?? ㅎㅎ
Commented by gogothing at 2008/02/28 13:04
"한국 여권도 처음 만들고"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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