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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 셋째날

 
셋째 날
     셋째 날의 일정은 아침에 호텔에서 출발해 9시간 동안 버스를 주구장창 타고 다른 도시에 가는 것이었다. 산동 대학이 목적지였는데 중국 땅이 워낙에 넓어 그렇게 하루 죙일 차만 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고 그러셨다. 하지만 그 전날 너무 피곤해서 그냥 버스에서 계속계속 잠만 퍼질러 자다보면 어느새 숙소에 도착해있겠지라는 생각에 별 걱정도 안 됐다.
     아침을 먹고 버스에 타자마자 머리를 뒤로 제끼고 자다가 약간씩 뒤척뒤척거리다가 일어나니 잠이 금방 깨버렸다. 일어나서 눈을 떠보니 다들 나처럼 벙 뜬 표정으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니 좀 심심해 보이긴 했다.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은 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차 앞 쪽에서는 마산대+영남대 행님들과 수미 조교언니가 ABC 게임을 하며 깔깔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 순간 재밌게 노는 모습이 왠지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락말락할 때에 재찬이가 우리도 같이 놀자고 제안을 했다. 내 옆에 은미 언니도 있었지만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그냥 깨우지 않고 우리끼리 놀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된 우리의 ABC 게임은 가차없었다. 나이가 많고 적고, 남자건 여자건, 중딩이건 고딩이건 대딩이건 다 상관없이 짝ㅡ짝ㅡ 소리가 나게 손등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자리 배치가 좀 안 좋아서 벌칙으로 손바닥 때리는 것이 약간 불편했지만 때릴 때 잠깐 자리를 바꿔서 벌칙을 가할 정도로 우린 열심이었던 것이다! 너무 시끄럽게 웃고 떠들어서 그랬는지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아 계셨던 선생님께선 노트북으로 업무일(?)을 하시는 듯 하셨는데 어느새 자리를 피하셨었다ㅠ 나중에 알고 굉장히 죄송했는데...
     ABC 게임이 좀 질린다 싶어서 끝말잇기 놀이를 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거의 안 해봤고 국어 공부를 언제 제대로 열심히 했었는지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했던지라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완전 유딩 or 초딩 단어들만 간신히 제한시간 내에 뇌에서 쥐어짜내 답해 거의 걸리지 않았다. 내 바로 옆에 있던 인겸이가 가끔씩 힌트도 주고 좀 봐준 것 같기도 하고.;; 많고 많은 단어들 중 하나조차 기억해내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ㅠ 어쨌든 오랜만에 완전 동심으로 돌아가 초딩들처럼 노는 것도 재미있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신나게 논 뒤 밥을 맛있게 먹은 후 다시 버스에 타서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는 완전 정신 나간 듯이 잠을 잤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날이 저물어 바깥이 깜깜했을 때였지만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멋진 밤바다 모습에 또 사진을 찍고 교수님이건 학생들이건 가릴 것 없이 애들처럼 난리법석을 부렸다. 그리고 중국식 안마를 받을 사람만 따로 모여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안마소에 갔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참 세상은 알면 알수록 정말 더 넓다고 느껴졌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봐야 겠다는 생각이. 
     아, 그리고 이 도시에 와서 정말 깜짝 놀란 것은 거의 모든 간판에 한국말이 씌여 있다는 것이었다. 안마소나 가게나 호텔이나 음식점에서도 중국인들이 다들 한국말을 꽤 잘하고 어떨 때에는 한국 화폐로 계산을 해주기도 하고. 신기했다. 이 동네가 유난히 더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살아서 그런 것 같지만 중국이 한국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 나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안마를 다 받고 돌아와서는 또 그 전날처럼 다들 한 방에 모였다. 다만 어제와 다른 것은 교수님들께서도 같이 모여서 술 한 잔씩 돌리며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돌아가면서 와서 느낀점이나 앞으로의 다짐, 각오 등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뭐 그것도 잠시고 결국 교수님들께선 쉬러 가시고 우리들끼리 또다시 광란의 밤이었다. ㅋㅋㅋ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심하게 놀아서 아직 나이가 안 되는 중딩+고딩들은 빠지고 교수님들이랑 있었을 때 너무 과하게 마신 재찬이도 먼저 자러 가고 나머지만 모여서 엄청 열심히 게임을 했다. 하다가 걸리면 중국 맥주랑 다른 뭐 이상한 술이랑 섞어서 마시는 것이 벌칙이었는데, 어느새 보니 영남대 오빠들부터 시작해서 한 명 한 명 뻗기 시작하더니 결국 남은 사람들은 나, 인겸이, 수미언니, 산동대 정원오빠 이렇게 넷이었다. 더 이상 게임은 못하겠다 싶어서 결국 그냥 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어느새 침대 위에서 엎드려 가끔씩 게슴츠레한 눈을 반쯤 뜰락말락하고 수미 언니의 연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맞아' 동의를 하던 인겸이도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최종 3인 수미언니, 정원오빠, 그리고 나는 이제 해산을 하자고 하고 각자 방에 돌아가서 남은 몇 시간이라도 잠을 청했다.

by 웅쌍 | 2008/02/27 22:52 | Journal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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