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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후닥닥 마셔버리기 - 자연 대탐험

 

따가이따이 화산

 

     둘째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인 따가이따이 화산에 가기로 되어있어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려갔다. 도착한 곳은 바다처럼 보이나 바다는 아니고 민물이었던 물가.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파도가 2미터까지 치기도 하는 그런 넓은 호수?? 강??에서 우린 대충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잠시 쉬는 동안 멀리 보이는 여러 섬들 중 생 떽쮜베리의 어린 왕자가 하루에 한 번씩 꼭 챙겨서 청소를 하는 화산처럼 생긴 섬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그 섬이 따가이따이인 줄 알고 마구 흥분을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고 그냥 필리핀에 있는 많은 쪼꼬만 섬들 중 하나였다. (아, 필리핀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섬이 많은 나라이다. 첫 번째는 노르웨이이고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 그리고 네 번째는....?!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섬이 많은 줄은 몰랐다.)

선착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어린 왕자가 청소하는 것처럼 생긴 화산섬

     좀 쉰 후 통통배를 타고 화산섬에 도착해 화산을 어떻게 구경을 할래나하고 갸우뚱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구리구리한 말똥냄새가...! 알고보니 우린 말을 타고 섬 위로 기어올라가서 (물론 '우리'가 아니라 가여운 '말들' 기어올라갔지만) 분화구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를 볼 것이라고 했다. 말을 탄다니 너무 가슴이 다 설렜다~ 난 동물을 정말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말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나 책에서도 말과의 교감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신기해보였고 왠지 말도 날 좀 좋아할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잠시나마 했기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탄 배. 통통배는 아닌가??


자, 여기가 화산섬이랍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착각에 불과했을 뿐. 가파른 길을 무거운 나와 무거운 마부를 태우고 올라가야 했던 말은 처음부터 태도가 꽤나 반항적이었다. 몇 발자국 가지도 않았는데 더 이상 앞으로 그 단단한 말굽을 내밀기를 거부하고 옆에 있는 나뭇잎이나 뜯어먹으려고 수풀로 들어가며 급기야 아예 뒤로 돌아 거꾸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 마부는 말이 조금만 말을 듣지 않으면 고삐를 가지고 말의 머리를 휙휙 돌리고 회초리로 불쌍한 척척 때리기나했다. 결국은 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훽 몸을 돌리고 앞발을 쳐드는 등 그 좁은 통로에서 난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난 3분 전의 설렘은 다 가시고 식은땀을 흘리며 말의 허리를 다리로 꽉 죄고 잔뜩 겁에 질리는 수 밖에는 다른 할 것이 딱히 없었다. 그러다 다른 말을 타고 가던 마부가 우리 말의 고삐를 쥐고 억지로 불쌍한 우리 말을 머리를 질질 끌고 가야 겨우 안정되게 좀 갈 수 있었다. 대충 그 산도 아니고 언덕도 아닌 섬을 이미 반쯤은 올라왔을 때였다. 그 동안 무서워서 땀만 삐질삐질 흘리던 나는 그제서야 우거진 숲과 길다랗게 쭉쭉 뻗은 코코넛 나무,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파아란 호수와 그 위에 또 더 파랗게 펼쳐진 하늘+구름 등 주변 경관을 보며 감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제 뒤돌아 내려가기는 좀 늦었고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끝내버리자는 생각을 했던지 우리 말은 갑자기 퍽퍽 뛰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고 있던 탓에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한 손으로는 모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방을 잡는 통에 결국은 순전히 다리로만 말을 붙들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착해 보이던 말....과 마부


     그 때 이글이글한 태양과 등 위에 타고있는 인정머리없는 인간 두 마리에 질려 말이 흘리는 땀이 내 종아리를 타고 뜨끈뜨끈하게 흐르면서 주위 배경은 흐리흐리해지고 또 생각 속에 퐁당 빠져버렸다. 이렇게 사람이 동물들을 마구 부려먹어도 되는 것인가? 놀러가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겨먹는 주제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습긴 했지만,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이 모든 것을 고된 노동에 이미 지친 말을 사랑없이 막 대하는 마부의 탓이라고 돌리고싶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이런, 화산 이야기를 하려다 너무 중간 이야기를 많이 해버렸다. 어쨌든 무사히 꼭대기에 도착을 했더니 찌릿한 유황 냄새가 확
ㅡ 풍겨왔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작다길래 쪼맨할 줄 알았던 분화구는 사실 왕창 커서 사진의 찍기도 힘들었다. 밑의 호수를 내려다보니 여기저기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는데 열 때문에 물을 끓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화산 가스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마그마가 시뻘겋게 지글거리고 펑펑 화산재도 터져나오는 활화산이었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이 정도도 나름 만족을 했다. 난 '살아있는' 화산을 본 것이니까!

분화구 속 호수.
한번에 동그란 아메바 같은 모양이 다 나오게 하고 싶었는데 너무 커서 그러지 못했다.


팍상한 폭포

 

     이 폭포는 팍! 상해버려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한 물이 그저 자연적인 힘으로 낙하하는 곳임을 분명히 말해둔다. 팍상한 폭포는 원래 하나의 산이었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크고 높은 산이 두 개로 갈라져 그 틈새 사이로 물이 흘러 생긴 V자 계곡이었다. 중학교 때 과학 교과서에서 말로만 듣다가 실제 눈으로 그 장엄한 V 모양을 확인하니 역시 체험학습은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그 높은 벽에는 역시 필리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코코넛나무, 망고나무, 바나나나무 등 여러 크고 멋진 나무들이 줄기차게 하늘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었다.

강가 옆으로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

 


V자 모양의 계곡


     폭포를 보려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했는데 길고 좁게 생긴 배를 두 명의 뱃사공이 노를 저어 타고 갔다. 하지만 다들 연어가 알을 낳으러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때 얼마나 애처로운지 알듯이 그 뱃사공들도 따가운 햇살에 더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노를 젓는 모습이 약간 안되어 보이긴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 뱃사공은 앞에는 아들 사공, 뒤에는 아버지 사공이 노를 저었는데 아들 사공이 아주 근육질의 몸으로 지나가는 다른 현지 사공들에게 웃으며 말도 건네고 낄낄 웃으며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씩씩하게 노를 저어 죄책감은 덜했다.

하늘은 맑고 물은 시원해 보이고 살짝 보이는 아들 뱃사공은 힘이 세다!!


     아들 뱃사공은 이제 나이가 23살인데 벌써 결혼을 해서 아들 둘이 있다고 했다. 대학을 1년 다니고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아르바이트를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하루에 한 번밖에 하지 못하고 또 이 일을 하고자하는 사람이 3500명이나 되어 일주일에 한 번밖에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 사공은 자기가 젊었을 때에는 중동 지역에 나가서 여러 해 일을 하다가 지금은 큰아들은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작은 아들인 아들 뱃사공은 계속 자신과 함께 이 'boatmen'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강가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들

 

     사실 폭포는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장엄한 크기인 것도 아니었고 물의 세기가 좀 세서 맞을 때 좀 아프기는 했지만 폭포 자체가 경이로울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폭포까지 가는 동안에 본 계곡의 경치와 가파른 벽, 옆에서 자꾸 얼쩡거리는 날개를 접으면 완전히 새까만 그러나 날개를 펴면 그 중간에 눈이 놀랄정도로 예쁜 파란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물가 잠자리, 등을 때리는 햇살이 파리처럼 귀찮다는 듯이 물에 머리만 빼고 폭 다 담근 물소, 그리고 강가에 집을 짓고 빨래를 하고 공중제비 다이빙을 하며 연신 웃음과 "Hello~"를 날리고 때때로 물도 첨벙첨벙 튀기는 아이들의 크고 새까만 어린 눈이 기억에 남았다.

폭포 앞에서 아들 뱃사공과 쫄딱 젖은 현우

물 속에서 첨벙첨벙 재밌고 놀고 있는 마을 아이들. 희멀건 외국인 구경을 좋아했다.

 

히든 밸리

 

     이 곳은 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어느 재력있는 필리핀인이 처음 발견을 '숨겨져있는' 계곡을 찾아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온천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그런 뜨거운 물은 아니고 그냥 약간 찬 계곡물과 뜨뜻미지근한 물이 섞여서 대충 따뜻할락말락 한 정도의 온도이다. 사실 지금은 뭐 인공적으로 리조트를 다 만들고 그래서 '자연'이라는 맛은 별로 많이 나지 않았지만 주위에 나무과 우거져있어서 작은 폭포를 보러 걸어가는 동안에는 정글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한 기분이 살짝 들었다. 그리고 여러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하게 생긴 꽃이 많았다.

특이하게 생긴 식물.

600년 넘게 산 가까이서 보면 완전 벽같은 나무.

밀림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아, 이게 그 미지근 온천이다.

by 웅쌍 | 2008/05/10 03:26 | Journa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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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똥균 at 2008/05/10 04:07
ㅋㅋㅋ 나도 다 가봤던 곳인데...ㅋㅋㅋㅋ 팍상한 폭포 드가는데 노 젓는 사람들 불쌍하지...ㅠㅠ 내가 탔을때 내 앞에 있던 배는 뚱뚱한 외국인 2명이 타서 노젓는 사람들 표정이 아주 그냥...ㅋㅋ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5/11 16:41
똥균> 너도 여기 다 가봤었어?? ㅋㅋㅋ 그럼 나름 감회가 새롭겠군!! 나 갔을 때도 엄청 뚱뚱한 백인 남자하고 동양 여자가 탔는데 뱃사공이 너무 삐쩍 말라서 불쌍했어. 땀 삐질삐질 흘리고 계속 뒤쳐지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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