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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들어있는 만두

 
     어제 무슨 모임이 있어서 강남에 있는 어느 만두 전문 중국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다들 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을 해서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파 스프를 먼저 시키는 김에 만두도 몇 그릇 함께 시켰는데 어느새 종업원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 바구니를 대령했다. 중국 만두는 우리 나라 만두랑 어떻게 다를까라는 생각으로 엄청 큰 왕만두를 기대했건만, 에게게ㅡ! 너무 쬐끄만 만두들이 몇 개 있지도 않아서 속으로 실망을 해버렸다. 그러나 그 때 난 일단 너무 배가 고픈 상태였기에 그 미니 만두라도 너무나 감사히 젓가락으로 집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손이 만두를 향해 날아가던 찰나, 모임을 주최하신 어른께서 잠깐 자기가 먹는 것을 보고 다들 따라하라고 하셨다.

     그 분께서는 그 조그만 만두 하나를 보통 중국 스프 떠먹을 때 쓰는 각지게 생긴 숟가락 위에 올라놓으시더니 이건 절대 작다고 입에 쏙 넣어서 먹으면 큰일난다고 하셨다. 안에 국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숟가락 위에 얹어 놓고 만두피에 구멍을 내서 국물이 빠지게 한 다음 만두를 입에 쏙 넣은 다음 숟가락에 들어있는 국물을 마셔야 한다고 하셨다. 후아~ 그런데 그렇게 국물을 빼서 먹어도 그 만두는 너무 뜨거웠다! 그리고 어쩔 때는 너무 열심히 만두에 구멍을 뚫다가 만두피를 아예 찢어놔서 만두 속이 홀라당 빠지기도 하고... 그래도 금방 익숙해져서 '올리고~ 뚫고~ 입에 넣고~ 후루룩~'의 과정을 여러 번 즐겼다.

     생각보다 국물이 기름지고 작아도 속이 알찬 만두라 그랬는지 금방 배가 불렀다. 뭐, 볶음밥도 좀 많이 먹고 시금치 데친 것도 먹어서 어차피 그럴만도 했지만. 그리고 좀 기다렸더니 후식이라고 또 만두가 나왔다. 엥?? 뭐야 이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겉모양은 똑같이 생긴 만두였지만 안에 국물과 고기 속 대신 달짝지근한 팥이 가득가득 들어있는 만두였다. 쫄깃쫄깃한 만두피에 꽉찬 팥을 먹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그렇게 hot and sour 스프부터 만두 후식까지 먹는 동안 참 유익하고 어쩌면은 약간 너무 현실적이라 놀라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자리에는 애들 5+어른 3 이렇게 모여서 아무래도 애들이 자기네끼리 떠들기보다는 어른들께서 말씀을 계속 많이 하셨다. 각자 다른 분야를 공부하시고 또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셨는데, 그 중 두 분은 현재 학교에서 오랜 기간동안 공부하신 쪽과는 완전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엄청 놀라웠다.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해온 것을 순식간에 다른 것으로 바꾸다니. 그런데도 현재 종사하고 계신 새로운 분야에 있어서도 정말정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어떨 때는 세 분이서 너무나 이야기에 열중을 하셔서 다섯 명의 아이들의 존재를 잠깐 잊으신 듯한 느낌도 받았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물으셨다. 음, 그런데 내가 기대한 그 분들의 반응은 우리 모두에게 '그래, 앞으로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해라.'이었지만, 예상 외로 몇몇 학생에게는 상당히 겁을 주고 그 학생이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을 미리 막아서게 하려는 듯한 말을 아주 직설적으로 하셨다. 자기도 같은 분야를 공부했었지만 그 쪽은 어떠어떠한 것이 이래서 안 좋고 얼마나 힘이 들며...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 자기 친구 중 건축을 너무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공학으로 전향을 했다가 결국은 다시 그 미련을 못 버려 10년이 넘게 공부를 한 후 건축 학위를 땄는데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큰 건물의 어딘지도 모르는 작은 코너를 기계적으로 설계하는 과제만 몇 년동안 계속 맡아서 자기 일에 실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는 동안은 사회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돈이 얼마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실감하지 못하는데 일단 학교를 벗어나 직접 자기 돈을 벌고 자기 돈을 쓰다보면 주위 사람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돈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고 하셨다. 같이 학교를 다닐 때에는 나랑 똑같던 친구가 나보다 훨씬 잘나가고 돈을 잘 버는 것을 보면, 나도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해서 못할게 뭐가 있냐는 생각에 돈 안되는 원래 분야에서 돈 되는 새로운 분야로 전향을 한다는 것이었다. 

     흐음. 이 모든 것은 내가 그 분들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말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얼떨떨한 상태로 나는 마지막 헤어지기 직전 단체 기념 사진까지 찍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모임은 파했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지하철 역까지 언니같이 편하고 자상하신 박사님과 걸음을 같이 했다. 걸으면서 나는 식사 중에 내 머리 속에 맴돌던 질문을 결국 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것을 단번에 그만두려면 너무 아깝지 않으세요?" 나의 이런 물음에 박사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응?? 전혀 그렇지 않다고? 어떻게 그러지?!! 내가 너무 놀란 표정을 짓자 박사님께선 자기가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고 졸업을 하고 몇 년 더 일을 하는 동안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다 누렸다고 하셨다. 한창 배우는 기간 동안은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해서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는 스릴을 느낄 수 있지만, 학위가 높아질수록 점점 자기의 전문 분야가 생기게 되는데 그렇게 너무 좁은 범위를 연구하다 보면 매번 비슷비슷한 연구와 실험을 하게 되고 거의 항상 원하는 결과가 나오며 논문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그 즈음이 되면 더 이상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할 만큼은 했다'라는 생각에 아까울 게 없다는 것이었다. 

     흠... 그 이야기를 다 듣고보니 왠지 안심이 되었다. 앞으로 내 인생살이가 어떻게 풀릴지, 직장도 못 구해서 허덕일지, 혹은 일은 가까스로 잡았으나 고되게 힘만 들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얼마 받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겠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얼마 시간이 지난 뒤 내가 내 일에서 누릴 수 있는 단 맛은 다 누릴지 아니면 계속계속 지나도 물이 안 빠지는 껌처럼 느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나중 일은 나중 일이니까 그 때 생각하자. 물론 약간씩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지레 겁을 먹어 모든 미래의 일을 계획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젊음은 비현실적인 마음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하기에 참 좋은 것 같은 것이니까. 휴~ 어쨌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든 이런 생각은 들었다. 커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by 웅쌍 | 2008/06/28 19:34 | Journa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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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제이 at 2008/06/29 10:48
아 진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지 모르겠어 ㅋㅋㅋㅋㅋ
해를 더해갈수록 더 복잡해지는듯 ㅎㅎ
Commented by 웅쌍 at 2008/06/30 11:19
음 ㅋㅋㅋ 그래서 난 그냥 막장으로 되는 대로 살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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