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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만난 친구들

 

     느닷없이 캄캄한 11시에 무작정 나오라고 불러낸 친구들. (사실 9시에 문자를 보냈지만 내가 늦게 확인을 한 바람에 그 때에나 가게 되었지만.;;) 초등학교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두세명 만나기로 했다가 점점 한 명 한 명 더 모임을 늘려 결국은 나도 그 시간에 불려 나가게 되었다. 와. 정말 용정초등학교 제 7회 졸업식 후 처음 만나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학년에 네 반 밖에 없었던 학교에서 각기각기의 다른 중학교로, 다른 지역으로, 심지어는 다른 대륙으로까지 흩어지게 되면서 그 동안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도 도통 알 길이 없었나보다. 

     "S? 아~ 그 깜디!!!"  "응, 걔 이젠 깜딩이 돼지야." 
     "너 아직도 611동 살아?" "그래~ 나 아직도 이사 안 가고 거기 그대로 살아."
     "어째 넌 얼굴도 그 때 그대로고 키도 그 때 그대로냐." 
     "기억나? 4학년 여름 방학 때 우리집에 와서 자고 갔잖아.ㅋㅋㅋ" 
     "와 너 많이 예뻐졌다. 성형수술 했니?" 

     한 열댓명 정도가 있었다. 내가 모인 장소에 도착했을 땐 다들 이미 한껏 취해 있었던 터라 제대로 된 정신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랜덤하게 끊기는 대화들을 바탕으로 긁어모은 정보에 의하면, 태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이번에 독일로 대학을 하게 친구도 있었고, 5학년 때 캐나다에 갔다가 얼마 전에 한국에 온 친구도 있었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가 오랜만에 초등학교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이 화정동으로 돌아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동안 다들 어떻게 지냈는지...  그것까지 말하기에는 다들 정신상태가 좀 버거웠던 것 같다. 나와 4, 5, 6학년을 매우 절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는 특히나 더 많이 마셨었는지 손을 부여잡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 동안 너무 보고싶었는데 핸드폰 번호도 모르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아쉬웠다고, 정말 보고싶었다고 계속계속 말했다. 그 친구는 내 생일은 물론 우리가 초등학교 때 자주 주고 받았던 나의 이메일 주소까지 기억을 하고 있었다. 순간 깜짝 놀라 나도 그 친구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었다. 동생 핸드폰 번호도 가물가물한 내가 그것을 어떻게 그 순간 기억해냈는지, 참.

     초등학교 2학년 때 나에게 직접 욕을 전수해주셨던 친구는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아주 여성스러워졌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화장도 하고, 치마도 입고. 그 때 당시에는 그런 것은 상상도 못 했었는데. 머리도 아주 짧게 커트치고 맨날 남자애들이랑 달리기 시합하며 때로는 패싸움도 불사치 않았던 그 친구의 현재 모습을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근데 그래도 성격은 옛날이나 똑같더만. 그 걸걸함이란!!! ㅋㅋㅋㅋ 그 욕스승 친구의 단짝이었던 다른 한 친구는 언젠가 전라도 쪽으로 이사를 갔는데 6학년 때 지금은 전라남도로 전근을 가신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만났다고 한다. 세상이 어찌나 좁던지. 그 선생님도 뵙고 싶다. 그 때 우리 반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항상 다시는 6학년을 안 맡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셨던 선생님. 말씀대로 그 다음 해에는 정말로 6학년이 아닌 4학년을 맡으셨던 선생님...ㅠ 아주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는 딱 한 명있었는데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둘 다 같은 곳을 다녔지만 같은 반은 한 번도 못해본지라 친하다고는 말하기 약간 뭐한 남학생이다. 게다가 머리를 아주아주 길게 길러서 처음 봤을 땐 정말 '쟨 누구지? 여잔가 남잔가?'했다. 그 외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옛날 초딩 때 얼굴이 고대로 남아있더라. 덩치가 예전보다 아주 커진 애들도 더러 몇 명 있었지만. 

     한껏 웃으며 떠들며 놀다가 새벽 2시가 다 되어가서 나랑 몇 명은 그만 집에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3차를 갔다. 헤어지기 직전에 초등학교 땐 별로 안 친했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마지막 짝궁을 했던 친구와 다음 주에 중학교 애들끼리 또 보자고 약속한 후 인사를 했다. 

     그런데 진짜진짜 솔직히 말을 하자면 그 자리에 나왔던 친구들 중 그 초등학교 시절에 나와 아주 가깝게 지냈던 애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특히나 처음 자리를 마련했던 애들이 남자애들이어서 여자애들도 별로 없었고 정말 랜덤하게 난 불려나간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이런 나와있는 사람이 자기한테 생각나는 사람 아무나 부르고 부르는 자리가 아니면 오늘 만났던 친구들을 살면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연락처도 못 교환하고 헤어진 애들도 있고, 혹시나 알아도 따로 만나기에는 조금 먼 그런 사이. 애매하다, 참.ㅠ

by 웅쌍 | 2008/06/29 04:08 | Journa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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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제이 at 2008/06/29 10:55
세상 정말 넓으면서 좁아 ㅋㅋㅋㅋ
'혹시나 알아도 따로 만나기에는 조금 먼 그런 사이' 라도 난 동창이라는 생각하나에 막 다 반가울거같아 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웅쌍 at 2008/06/30 11:21
그런가?? 빨리 홈커밍데이 되면 좋겠다~ 다들 너무 보고싶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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