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7일
파리
1.
자려고 누웠는데 파리가 귓전에서 자꾸 왱왱거리는 통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읽고 있던 책을 던졌다. 그냥 화만 났을 뿐 살생의 의도는 전혀 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파리는 벽에 납작쿵 눌려 죽어버렸다. 순간 밀려드는 죄책감에 기분이 암울해져 버렸지만 장렬히 전사한 파리의 사체를 휴지 더미에 묻어주었다.
2.
내일이면 진짜 떠난다. 으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동안은 머리를 쥐어 싸매며 가장 효율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 일정을 계획하고 그러느라 즐거웠는데 아무래도 내가 설레고 즐거웠던 이유는 여행 그 자체 보다는 빈둥빈둥 백수처럼 지내다가 뭔가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간 때문이었나보다. 내가 멍청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고 마음을 다잡고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을 도피하고 바로 눈 앞에 닥쳐서 급하게 열을 올리며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 동안은 참 즐거웠다.
이틀 전까지는 그런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어제 오후부터는 정말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말도 안 통하고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할 수 없는 저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혼자 열흘이나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으로 다가왔다. 그 때부터 난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난 아직 지렁이 글자로 쓴 숫자도 읽지 못하고 바쿠시시(이집트에서의 팁)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안 잡혀 있으며 야간 버스나 기차에서 어떻게 소매치기를 안 당하고 잠을 잘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도착하면 잠을 잘 곳은 있겠지라고 마냥 맘 편하게 생각했지만 만약에 정말 잘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의문도 서서히 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패닉 상태에 돌입했다. 그런 상태로 난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꽤 오랫동안 이야기도 나누고 하게 되었는데 나의 이런 깊은 걱정과 근심을 외면하기 위해 오히려 난 완전 잘 다녀올 작정이란 듯 허세를 부렸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학원에서 학교 기숙사로 다시 들어가는 동생을 바래다 주었는데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 원래도 살갑지 못한 언니는 더욱 더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하연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자기가 졸업한 후에 놀러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등등의 계획을 바로 1년 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읊어대며 나의 생각을 묻고 있었다. 흠...
집에 와서도 난 한참동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이미 사방으로 뿌려놓은 물이기에 다시 주워 담는 것은 완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씨잘데기없이 두려움에 질려 나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건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국 피곤함에 못 이겨 잠에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도 나의 마음도 다시 밝아져 있었다. ^-^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짐만 싸면 된다!
자려고 누웠는데 파리가 귓전에서 자꾸 왱왱거리는 통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읽고 있던 책을 던졌다. 그냥 화만 났을 뿐 살생의 의도는 전혀 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파리는 벽에 납작쿵 눌려 죽어버렸다. 순간 밀려드는 죄책감에 기분이 암울해져 버렸지만 장렬히 전사한 파리의 사체를 휴지 더미에 묻어주었다.
2.
내일이면 진짜 떠난다. 으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동안은 머리를 쥐어 싸매며 가장 효율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 일정을 계획하고 그러느라 즐거웠는데 아무래도 내가 설레고 즐거웠던 이유는 여행 그 자체 보다는 빈둥빈둥 백수처럼 지내다가 뭔가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간 때문이었나보다. 내가 멍청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고 마음을 다잡고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을 도피하고 바로 눈 앞에 닥쳐서 급하게 열을 올리며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 동안은 참 즐거웠다.
이틀 전까지는 그런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어제 오후부터는 정말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말도 안 통하고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할 수 없는 저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혼자 열흘이나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으로 다가왔다. 그 때부터 난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난 아직 지렁이 글자로 쓴 숫자도 읽지 못하고 바쿠시시(이집트에서의 팁)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안 잡혀 있으며 야간 버스나 기차에서 어떻게 소매치기를 안 당하고 잠을 잘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도착하면 잠을 잘 곳은 있겠지라고 마냥 맘 편하게 생각했지만 만약에 정말 잘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의문도 서서히 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패닉 상태에 돌입했다. 그런 상태로 난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꽤 오랫동안 이야기도 나누고 하게 되었는데 나의 이런 깊은 걱정과 근심을 외면하기 위해 오히려 난 완전 잘 다녀올 작정이란 듯 허세를 부렸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학원에서 학교 기숙사로 다시 들어가는 동생을 바래다 주었는데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 원래도 살갑지 못한 언니는 더욱 더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하연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자기가 졸업한 후에 놀러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등등의 계획을 바로 1년 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읊어대며 나의 생각을 묻고 있었다. 흠...
집에 와서도 난 한참동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이미 사방으로 뿌려놓은 물이기에 다시 주워 담는 것은 완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씨잘데기없이 두려움에 질려 나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건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국 피곤함에 못 이겨 잠에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도 나의 마음도 다시 밝아져 있었다. ^-^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짐만 싸면 된다!
# by | 2008/07/07 17:25 | Journal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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